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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지원의 ‘삶의 일상적 공간, 그곳으로부터의 힐링’
김호정 기자 | 승인2016.09.26 13:41

가을이 깊어진다. 기록을 갱신하던 뜨거웠던 여름도 계절의 변화에 순응했다. 아침, 저녁 스산한 날씨에 울 가디건이 잘 어울리는 이 계절은 고독이라는 단어와 외로움이란 말들의 본연이다. 게다가 깊어진 빛으로 성찰의 기운을 갖는 가을은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이 가을. 열기가 식은 태양이 비치는 거리와 건물, 그리고 가로등 등을 통해 도심의 독특한 운치를 그려내는 작가, 윤지원을 만났다.

 

타자처럼 보는 일상 공간 통해 현대인들의 삶 속 깊은 정서 드러내

“10년 여의 시간 동안 개인적 독서를 통해 성장했다. 그리고 나의 문제를 내가 깨달았다.”

많은 예술가들과 인터뷰를 하지만 이러한 표현을 쓰는 작가는 처음이었다.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공허감이 배어든 자기 분석적 어투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림을 둘러보니 저절로 그림이 이해가 돼 버린 느낌이다.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의도로 선택된 단어들이 그림 속에 반듯하게 공간을 가르고 서있는 건물과 계단 혹은 가로등과 같다.

가을 117x81 Oil on canvas 2015

윤지원 작가의 그림은 대부분 공간과 건물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선택에 대해 계간수필 가을호에서 “건축물과 수직선, 수평선, 빛과 그림자 드넓은 하늘과 구름은 내 그림의 단골소재이고, 이런 소재를 나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로마와 밀라노로 이어지는 긴 유학기간과 부산에서 자라 유년의 추억이 함께하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이어 “유년시절 부산의 할머니 댁에서 낮잠을 깨고 난 후 바라본 긴 담장과 그 너머의 바다와 하늘 그리고 어른의 부재와 텅 빈 공간에 대한 추억이다”고 소재의 배경을 설명했다.

작가의 유년시절을 가만히 상상해본다. 큰 집의 텅 빈 마루, 그리고 한시름 떨어진 오후의 햇살 그리고 긴 담장의 수평선이 주는 평화로움. 작가의 작품과 이어진 유년시절의 것들을 떠올리자 복잡한 현대인으로서 혼자 남아 있다는 불안감이나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을 넘어 어쩐지 시름과 머리 아픈 현실을 내려 놓고 그 대청마루에 눕고 싶다. 그래서 일까.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먼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로 안도감이 든다.

건축물을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서 작가는 그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 한다. 건축물과 공간을 그리면서 그곳의 많은 이야기를 상상하고 거기서 그들이 가졌을 감정을 생각할 때 그곳은 단순한 건축물이나 공간이 아닌 인간의 삶을 품고 있는 곳이라는 해석을 통해 작가의 현대인에 대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홍콩 센트럴역

때로 작품 속에는 건물 전체 만이 아닌 홍콩의 에스컬레이터 구석진 곳, 이태리 산클레미오 성당 앞의 어느 곳처럼 일상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구석진 공간이나 사각지들 또한 소재가 되곤 한다.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그 자투리 공간에서 잠시 고뇌에 빠졌을 혹은 그저 멍하니 시끄러운 사무실과 삶의 현상에서 떠나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누군가가 떠오르는 듯하다.

작가 윤지원의 작품은 성숙한 감정을 가질 때 느낄 수 있는 슬픔과 고독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방황과 열정의 패배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슬픔 후에 오는 만족감과 충만감이 매우 크다”는 말로써 그 무게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산클레미오광장 100x81 Oil on canvas 2013

그의 작품에 간혹 등장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에 대해 많은 이들은 궁금해 한다. 왜 뒷모습인가? 작가는 “고독을 안위할 수 있을 때 사회는 다시 재생과 충전의 시간을 갈 수 있다”라는 관점으로 작가에 대한 현대인들의 감성과 감정에 대한 깊이를 알 수 있다.

더블린 Bar

이 차갑고 현실적인 도시를 힐링의 공간으로 이끌어 낸 윤지원 작가는 “오래 전부터 평면예술에 대한 몰입이 안으로부터 충만 되었다. 회화에 헌신하고 싶었다”는 말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언급함과 동시에 “다른, 절대로 다른 꿈을 꾸지 않겠다”는 모네의 말을 빌어 예술가로서의 의지를 드러냈다.

벨파스타의 수사님 197x140 Oil on canvas 2016

김호정 기자  hoj700@newsm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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