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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원 소스 멀티 유즈입니다도서출판 (주)휴먼큐브 황상욱 대표
박용환 기자 | 승인2016.09.05 15:07

문체부가 발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지난 조사보다 0.1권 줄었다. 단순히 책을 읽는 양이 감소 한 것 보다 2015년 기준 등록된 출판사 수 49,928개 중 출간 실적이 있는 출판사가 전체의 10%에 불과한 현실이 출판사의 위기를 말해 주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출판계에 변화와 혁신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위기는 곧 변화의 시작
휴먼큐브 황상욱 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로 지금의 현실을 대변했다. 실제 출판업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하반기 출판산업 동향’에 따르면 가구 당 월평균 도서구입비는 16,623원으로 지난 10년 간을 통틀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2014년 출판사들의 단행본 매출은 1조 2,238억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또한 성인 독서율은 65.3%로 지난 조사 대비 6.1% 급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황 대표는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학업 및 취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따른 시간적·정신적 여유의 부족,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 미형성, 모바일의 일상적 이용이라는 환경적 변화 등 독서에 투자하던 시간과 노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지금의 위기가 새로운 도약을 향한 변화의 시발점이 될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이후 르네상스를 이룩한 출판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 경계선 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1990년대 후반 mp3가 등장해 음반판매가 급락했던 시기를 언급했다. 당시 음악업계에서는 창작자들의 의욕 저하로 인해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사라지고 심지어 음악산업 전반의 붕괴론까지 대두됐지만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오히려 K-Pop은 세계를 선도할 만큼 질적 성장을 가져왔음을 희망의 근거로 들었다. 이제 출판업계 역시 소수의 인기 저자에 편승해 출혈적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기획출판의 시도가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콘텐츠의 파생은 무한하다
휴먼큐브 황상욱 대표는 현 출판업계의 난국을 타개할 대책으로 출판사가 테마를 기획하고 참신한 관련 저자를 섭외하는 방식인 기획출판과 다양한 파생 콘텐츠 개발을 제시했다. 조앤 롤링의 공전의 히트작 『해리포터』는 경제적 효과가 300조원이 넘는다. 단순히 소설책 판매만이 아니라 영화, 게임, 피규어, 테마파크 등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파생돼 이뤄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력상품인 반도체의 지난 10년간 매출이 230조원이니 문학 콘텐츠의 파생효과가 얼마나 큰 지 새삼 가늠해 볼 수 있다.
과거에도 기획출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 분야의 저명인사에게 의뢰할 경우 출판사가 최초 의도했던 방향이 아닌 저자의 의지대로 변화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다 전문가들의 원고는 일반인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너무 난해했고 파생 콘텐츠는 저자의 반대로 시행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휴먼큐브는 이른바 먹물주의와 집단 지성주의를 과감히 내려놓고 독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운 전달력에 중점을 둔 새로운 저자 발굴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출판계·방송계·강연계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는 설민석 강사이다. 설민석 강사는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했지만 정통 역사학자 출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사회탐구 영역 역사관련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것에 집중했고 황 대표는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을 기획·제작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국·영·수에 밀려 등한시 된 역사 교육의 폐해는 일부 연예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욱일승천기가 디자인된 한정판 운동화를 구하지 못해 업소에서 벌어진 거센 항의나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에 무관심으로 점철되어지는 현실에 대한 시대적 우려와 맞물려 현재 15만부 이상의 큰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황상욱 대표는 이에 대해 단순히 책 판매로 이루어진 성공이 아님을 강조했다. 실제 황 대표는 설민석 강사와 다양한 파생 콘텐츠 개발을 논의했고 독자들과의 휴먼특강 시리즈를 통한 소통의 장 마련, 예능 및 교양 방송의 저자 출연, 역사를 다룬 영화 해설 영상 등으로 ‘설민석=재미있고 쉬운 역사’라는 브랜드를 창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조를 다룬 ‘역린’, 이순신의 ‘명량’, 비정한 부정을 표현한 ‘사도’, 운명을 역설한 ‘관상’, 성장 위주 한국 사회를 그린 ‘국제시장’, 최근 개봉한 ‘인천상륙작전’까지 영화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역사를 해설한 설민석 강사의 동영상은 영화보다 재미있는 해설이라는 평을 들으며 역사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한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 또한 청소년에게는 인터넷 강의와 SNS로, 성인에게는 책을 통해 한국사에 대해 쉽고 편하게 전달했지만 유초등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역사를 재미있게 접하도록 학습만화와 한국사 보드게임으로의 제작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타강사 출신 최진기 작가 역시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콘텐츠를 관련 서적으로 출간, 방송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스스로를 브랜드화 하고 있어 휴먼큐브는 기존 출판 저자발굴과는 다른 새로운 원외 저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출판업계 관련자들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황 대표는 이종간의 결합과 새로운 피의 수혈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색과 개성으로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한 번 돌아선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기란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획은 설득의 과정
휴먼큐브의 황상욱 대표는 광고전문가들인 남충식의 『기획은 2형식이다』와 서재근의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를 제작하며 기획의 중요성을 깨닫던 때의 흥분을 잊지 못한다. 생산품을 소비자에게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광고 전문가들의 기획은 출판 기획을 10년 넘게 해 온 황 대표에게도 큰 울림이었다. 
어떤 기획이 구상돼도 그 기획이 탄생되기 까지는 수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기획에 맞는 저자를 설득해야 하고 저자의 원고와 기획자의 콘셉트에 맞는 편집의 과정을 편집자와 디자이너에게 설득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파생 콘텐츠로 여러 경로를 통한 소비자 설득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도 황 대표는 하나의 기획을 해도 스스로에게 설득이 됐는지를 자문하고 제작에 임한다.
황상욱 대표가 출판업계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고(姑) 최인호 작가의 영향이 컸다. 학창시절 최인호 작가의 연작소설 『가족』(전 8권)을 접하고 글이 주는 힘과 평범한 일상의 위대함과 희로애락의 감동에 매료돼 그 때부터 최인호 작가의 모든 작품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당시로는 생소했던 최인호 작가의 팬카페를 개설하고 회원들과 작품에 대한 소감을 나누거나 자발적인 홍보를 하며 자연스레 최인호 작가를 만나게 됐고 최인호 작가는 황 대표에게 작품의 이야기를 넘어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주었다. “그 시절은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 운명적 시기였어요. 최인호 선생님의 다양한 외부 활동을 동행하면서 한 사람의 세계관과 작품관을 오롯이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저도 이런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출판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자연스레 갖게 해주었거든요.”
나비효과였을까? 마침 최인호 작가의 팬카페 회원이었던 한 출판사 대표의 제의로 출판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북이십일’ 팀장을 거쳐 ‘문학동네’ 기획실장으로 활동하다 특유의 추진력을 인정받아 문학동네의 임프린트 ‘휴먼큐브’를 2012년 1월 설립하고 대표로 취임하게 됐다. 출판그룹 문학동네는 기획과 편집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고자 임프린트 형식의 브랜드로 특화시킨 후 성과를 평가해 계열사로 분리시킨다. 임프린트는 단순히 독자적인 브랜드이지만 계열사는 지분의 51%를 확보하고 완전한 독자 경영을 할 수 있는 구조다. 휴먼큐브는 2015년 8월 성과를 인정받아 계열사로 승격됐다.
휴먼큐브는 인간 중심을 의미하는 ‘휴먼’과 완전한 정육면체를 뜻하는 ‘큐브’의 합성어로 인간 중심의 가장 완벽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황상욱 대표는 당시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자부심보다는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욱 무거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대의 지성인과 다양한 저명인사를 독대하며 자신이 기획한 책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보람은 출판을 천직으로 삼게 하는 가장 큰 희열이다. 
현재까지 휴먼큐브는 47권을 발간했고 총 40만부를 인쇄했다. 국내 출판사 중 약 10%만이 한 해 출간실적이 있을 만큼 출판사가 영세하고 출판업이 불황인 현실 속에서 거둔 일련의 성과는 휴먼큐브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희망의 응답일 것이다.
황상욱 대표는 말한다. “책은 간접경험을 체험하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선택입니다. 책에 투자하는 것은 절대 헛되지 않습니다.”

출판의 제2 르네상스를 꿈꾸며
황상욱 대표가 휴먼큐브의 대표로 선임되고 약 2년 간 다양한 시도가 계속됐지만 경영은 적자였다.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직원 시절은 좋아하는 저자를 만나고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으로 끝났지만 경영자의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당시 황 대표는 문학동네 강병선 전 대표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고 한다. 강 전 대표는 황 대표를 처음 면접했을 때 대뜸 “자네의 장점이 뭔가?”라고 물었고 황 대표는 “야생성입니다”라고 답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출판계에 지연이나 학연도 없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야생성이 장점이라고 답한 것이다. 
휴먼큐브가 약 2년 간 적자인 상황에서도 강병선 전 대표는 그 때의 믿음으로 말없이 기다려줬고 다른 계열사 대표들은 응원으로 의지가 되어주었다. 황 대표는 선배 대표들의 격려와 조언 그리고 기다림이 없었다면 지금 자신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문학동네에서 만난 현재의 아내는 가장 큰 조력자이자 충고자이다. 편집자 출신인 아내는 출판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황 대표가 힘들 때 격려와 위로로 의지를 북돋아 주고 매너리즘에 빠지면 가감 없는 충고로 황 대표에게 긴장을 불어 넣는다.

출판계가 불황이라 우수한 인재의 유입이 어려운 것이 당면한 최대 어려움이라는 황 대표는 미래의 출판 후배들에게 단순히 책만 좋아해서는 안 되고 출판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한겨레출판문화센터나 SBI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접하면 출판에 대해 이해가 될 것이고 그 일이 천직이라 여겨지면 도전하기를 권했다.
황상욱 대표는 모바일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자책은 아직 출판 전체 매출의 5%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종이의 질감과 글을 돋보이게 하는 편집 및 디자인,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종이책의 매력과 경쟁력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긴 글을 읽는 호흡을 갖추지 못해 토지나 태백산맥 등의 대작이 나오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독자라는 토양이 튼튼해야 양질의 책, 다양한 스타일의 책이 탄생할 수 있다며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박용환 기자  praypyh@newsm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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