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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희망의 푯대 세우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김호정 기자 | 승인2016.07.04 23:25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채권단과 임직원들에게도 뭐라 말할 수 없이 죄송합니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지난 2012년 9월 극동건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기자회견에서 했던 사과였다. 당시 윤 회장은  “건설과 태양광에 무리하게 투자했다.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웅진홀딩스까지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는 말로 구체적인 사죄의 내용까지 언급했었다. 

성공신화에서 기업회생절차로 하지만 다시 성공신화로!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는 어렵게 성공하는 스토리를 그린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한 수위의 재미를 주는 것은 어렵게 성공했지만 나락으로 떨어졌다 다시 재기에 오른 스토리라 한다. 요즘 웅진을 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틱한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2012년 9월 26일은 웅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날이었다. 법정관리를 들어간지 1년 4개월만인 2014년 2월 11일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현재 2년 여 시간이 흐른 웅진그룹은 또 다시 신화를 그려낼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한때 ‘세일즈맨 신화’의 대명사로 불려졌던 윤석금 회장은 1971년 부산 광복동에 있는 브리태니커 한국지사에서 백과사전 판매 영업으로 1년 만에 전 세계 154개국 브리태니커 영업사원 중 실적 1위를 기록했던 인물이었다. 또한 세계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가장 많이 판매한 영업인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지금은 이름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은 브리태니커는 한 때 마치 검색포털과 같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각 가정에 꼭 있어야 할 상비품 같았다. 
영업사원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윤 회장은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세워 정수기로 판매영역을 넓혔고 렌탈방식을 도입해 정수기 시장에 1위로 올랐다. 2011년에는 연 6조원대 매출을 내며 재계 31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문처럼 무리한 확장으로 인해 2012년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였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채무는 무려 1조 4384억원이었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1년 4개월 만인 2014년 2월 채무의 80%를 갚고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윤석금 회장의 결단도 한 몫을 했다. 과거 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했던 웅진코웨이와 웅진케미칼 그리고 웅진식품을 차례로 매각해 부채 상환자금을 댔다. 또한 윤 회장 자신이 갖고 있던 렉스필드CC 지분 43.2%와 두 아들이 갖고 있던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 주식을 출연해 회사회생을 위해 썼다. 결국 알짜 계열사를 팔면서 남은 채무 1,470억원도 대부분 갚았다. 조기 변제를 거부한 채권자의 몫 256억원만 남아 빚의 98%를 갚은 셈이다. 
수많은 그룹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재기’라는 말로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이 드문 경우다. 물론 웅진은 과거와 달리 그룹의 외형은 작아졌다. 15개 계열사만 남은 웅진그룹은 현재 출판유통사업을 하는 웅진씽크빅과 에너지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시키고 있다. 14년 웅진의 매출액은 4,569억 원으로 전년 3,828억 원보다 19.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억원으로 2013년 266억원 손실에서 완벽히 흑자전환으로 돌아섰다. 
한편 웅진사태로 인해 매각됐던 웅진코웨이와 웅진식품 또한 3년 간 두드러진 실적 회복세로 재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MBK파트너스에 매각돼 코웨이로 웅진케미칼은 도레이새한에 매각돼 도레이케미칼로 그리고 웅진식품은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다. 


법정관리로 가게 된 것은 무리한 확장? 
백과사전 방문판매원으로 출발해 웅진그룹을 매출 6조원대의 30대 그룹으로 키워온 ‘성공신화’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무리한 확장 때문으로 알려졌다. 2007년 6,600억원을 쏟아 부어 인수한 극동건설은 인수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하락으로 윤 회장과 계열사들의 지급보증, 유상증자 등을 더해 총 9,000억원이 들어갔다.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을 살리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 부채비율만 떠안은 채 막대한 영업손실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를 법정관리 신청함으로써 그룹이 해체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었다.
법정관리로 가게된 핵심원인은 윤석금 회장의 무리한 M&A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차세대 기업의 성장동력을 새로운 사업, 즉 폴리실리콘 태양광 사업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으로 결정하면서 이를 뒤받침 할 수 있는 태양광시설 건설을 위해 필요한 건설사 그리고 건설사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을 대기 위한 저축은행으로 총체적인 사업다각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웅진그룹은 무리한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어도 국내에서 입지를 논할 만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훌륭한 사업군을 가지고 있다. 웅진코웨이(현 코웨이)는 1,500~2,000억원대 우량한 회사였으며 웅진씽크빅이나 웅진케미칼(현 도래이케미칼) 같은 경우 상황이 낙관적이진 못했지만 미래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를 뒤로 하고 여전히 가장 주된 원인으로 여겨지는 것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 진행됐던 극동건설 인수이다. 론스타가 2003년 1,700억 원에 인수한 극동건설을 2007년 웅진그룹은 무려 6,6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STX그룹, 유진그룹에 이어 3위의 가격으로 입찰한 웅진그룹은 입찰방식의 변경으로 인수가격이 점점 상승하자 포기하는 두 곳을 제치고 무리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과거 건설업에서 겪었던 설움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웅진그룹은 지난 2005년 자본금 30억원의 웅진건설을 설립해 아파트 분양을 시도했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 경력을 가진 웅진그룹에게 극동건설은 매력적인 인지도를 가진 기업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제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때로 웅진그룹이 주택개발사업을 위해 빌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결국 경영위기를 초래했다. 
극동건설은 당시 65년된 회사로 과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설회사였다. 성장배경을 살펴보면 6.25전쟁이 끝난 후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면서 성장했고 대연각호텔, 경부고속도로건설, 포항종합제철 항만건설 등 국내 굴지의 사업을 일궈냈고 중동건설 붐으로 성장세를 탔으며 동서증권을 인수하면서 재계 30위 순위로 입지를 구축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고강도 구조조정 등을 통해 6년만인 2003년 법정관리를 마치고 새주인으로 론스타를 맞았지만 오래가지 못한 채 웅진그룹을 다시 맞아야 했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살려내기 위해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매각을 하는 등 최선의 방법을 동원했으나 매각과정이 순탄치 못해 오히려 극동건설은 더욱 악화되면서 또다시 법정관리를 선택해야 했다. 2013년 극동건설은 웅진그룹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시련 속에서 얻은 사업 아이디어 재기의 발판 돼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된 웅진북클럽과 웅진릴리에뜨는 윤석금 회장이 재판을 받던 1년 6개월 동안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통해 시작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웅진북클럽의 경우 2014년 8월 11일 출시됐는데 당시 윤 회장이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기 전이었다. 많은 대기업 총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드나드는 것은 연출이라는 해석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실제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다. 윤 회장은 그와 같은 시기 자신이 항상 언급한 대로 ‘긍정적인 정신’으로 당시의 기간을 사업 재기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윤 회장은 당시 1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배임 등)으로 2013년 7월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불구속 기소를 거쳐 2014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 지난해 말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계류 중이다. 
새로운 사업의 핵심은 윤 회장의 노하우가 풍부한 방문판매와 렌탈에 관련한 사업이다. 웅진북클럽은 ‘북패드’라 불리는 태블릿 기반의 어린이용 회원제 도서렌털 서비스다. 회원에 가입하면 수십 만 원어치의 책을 매월 3만~10만원에 읽을 수 있다. 태블릿에 매달 새로운 책이 전송된다. 어린이가 흥미있어 하는 부분은 별도로 종이책을 받아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매일 학습 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북 큐레이션(매일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 서비스까지 태블릿으로 제공된다. 론칭 1년 만에 28만 명을 모집한 웅진북클럽은 최근에는 북클럽에 학습지 교사를 결합한 ‘북클럽스터디’, 북클럽과 놀이를 결합한 ‘북클럽 토이’ 등의 서비스도 출시했다.

올해 1월 설립한 웅진릴리에뜨는 ‘온라인 방문판매’로 기능성화장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특히 이 회사는 기존의 면대면 방식이 아닌 온라인 기반의 방문판매를 하고 있다.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방판사업자의 홍보 게시물을 읽은 소비자가 추천인 회원번호를 넣어 회원 가입을 하면 소비자와 추천인에게 5만 포인트를 주고, 회원 가입한 소비자가 추천인 회원번호를 넣어 물건을 구매하면 추가로 수수료를 주는 구조다. 론칭한 5월 한 달 동안 1만여 명의 신규 회원을 유치했다. 
또한 정수기 렌털 기업 에버스카이를 설립해 한국형 렌털 사업으로 터키시장을 공략한다. 굳이 해외시장인 터키를 선택한 것은 코웨이 매각 당시 MBK파트너스와 했던 계약에 따라 코웨이가 진출해 있는 한국·말레이시아·중국 등에는 2018년 1월까지 정수기 사업을 할 수 없다. 웅진그룹이 국내에서 정수기 사업을 하려면 아직도 1년 반 가량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외에도 웅진의 지주사인 (주)웅진을 통해 IT솔루션 렌탈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웅진그룹의 경영정신은 ‘또또사랑’이다.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또또사랑’의 의미는 일, 도전, 변화, 고객, 조직, 사회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윤석금 회장이 만든 이 말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능률을 일으킬까를 고민하던 중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직원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직원들끼리 서로 아끼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며 ‘또또사랑’문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실제 윤 회장은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자신의 사재인 한남동 저택을 신세계 이명희 회장에게 매매한 것으로 그러한 정신을 실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것은 위에서 아래까지 모든 직원들에겐 시련의 시간이다. 과거의 영광을 버리고 주홍글씨와 같은 표적을 단 것과 같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초고강도의 방법을 동원해 이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1년 4개월, 빠른 시간 내 법정관리를 끝낸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재기’라는 투지를 불태우는 윤석금 회장은 올해 71세이다. 정계에서 부는 70대의 바람이 경제계에서도 긍정적인 태풍이 되어주길 또한 웅진그룹의 재기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푯대가 되길 바란다.


김호정 기자  hoj700@newsm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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